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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4, 2016

Tell you something ;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와 마인크래프트 세대에게 거는 기대

*이 글은 pxd story에 동시 발행되었습니다.

" 저는 마인크래프트 세대로부터 목격한 것들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


얼마 전 Satya Nadella(Microsoft CEO)가 말한 이 한마디 때문에 글을 써서 나눈다.

왜냐면 마인크래프트 세대는 마이크로소프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게도 특히 소중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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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 요약: 모방추격형 산업 발전 모델에서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로 변화해야함이 자명한 상황에서, 마인크래프트 세대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체질 변화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줄여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대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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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시간>

" 개념을 디자인(Conceptual design)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


이것은 작년 9월 출판된 책 ‘축적의 시간'에서 우리나라 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26명의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진들의 의견을 정리하여 나온 결론이다.

물론, 식상한 얘기다.

중요한 건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그 핵심 근본 원인을 ‘창조적 축적의 부재'로 꼽는다. 창조적 축적이란 말 그대로 창조의 과정 속에서 쌓이는 다양한 실패 경험의 유산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개념을 디자인하는 능력이 부족한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이 창조적 축적이 쌓이기 어려운 사회 체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글에서 다루려는 부분이다. 앞서 식상한 얘기라고 한 것처럼, 이런 맥락의 문제 진단은 예로 든 책 이외에도 얼마든지 많았다. 그에 따라 원인에 대한 분석도 유교 사상부터 개발도상국 시절 산업 발전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맥락으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체제 변화는 충분한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 글은 그러한 사회적 체질 변화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줄여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1. 마인크래프트 세대(The Minecraft Generation)


지난 4월 뉴욕타임즈에서 동명의 기사로도 다루었던 이 단어는 오늘날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며 자란 우리 아이들 세대를 뜻한다.





지난 2009년 출시된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시대의 레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레고가 그랬듯 가상의 온라인 세계에서 네모난 블록을 쌓아 뭐든 만들 수 있으며, 레고가 그러지 못했듯 만드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구 건너편의 다른 사람과도 함께 만들고, 함께 만든 세상을 또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스스로도 다른 사람이 만든 세상을 체험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강점을 품에 안은 이 현대판 레고는 간편한 조작과 무한한 확장성 덕분에 테트리스·위스포츠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에 등극했고, 이미 전 세계 40여 개국 7000개 학급에서 코딩·자연과학·프로그래밍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교육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마인크래프트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윈도우나 파워포인트, 액셀로 잘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라는 것이다. 사실, MS가 처음부터 개발한 건 아니고 2009년에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Mojang AB라는 회사를 2조원에 인수하면서 현재의 운영주가 된 것인데, MS의 인수 의도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당시에는 혹여나 게임이 변질될까 우려한 마인크래프트 유저들이 MS사에 직접 찾아가서 인수 반대 항의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AR Minecraft>

이제 인수 이후로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인수 의도는 몇몇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드러났다. Hololens를 활용한 AR 마인크래프트, 인공지능 프로젝트 Malmo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 다루려는 내용은 그보다 좀 더 근본적인 저의에 관한 것으로, 지난 10월 말 ‘Creator’s update’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윈도우 10 발표 행사에서 Satya Nadella(Microsoft CEO)가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Satya Nadella(Microsoft CEO)>


“ 저는 마인크래프트 세대로부터 목격한 것들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단순한 게임 속 플레이어가 아닌,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크리에이터(Creator)로서 바라보는 사람들말입니다. 컴퓨터와 컴퓨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이 세대와 이 세대로부터 영감을 받는 모든 이들에 관해 생각합니다. 그것은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창조적 표현이며, 동시에 윈도우 10 개발에 있어 주요한 동기가 되어준 부분입니다. "

그렇다. 그들은 컴퓨팅 파워 활용의 토대가 되는 OS를 만드는 회사로서 그 쓰임새의 영감을 마인크래프트 세대가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는 모습에서 얻었다는 것이다. Creator’s update에서 발표된 창조(Creating)의 문턱을 낮춰주는 3D 그림판과 3D 파워포인트, 공유(Sharing)의 문턱을 낮춰주는 온라인 3D 모델 공유 공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Beam과 같은 것들은 모두 창조와 공유 활동을 돕는 도구로서 그 맥락에 분명히 맞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왜 이 마인크래프트 세대가 우리나라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창조적 축적의 부재-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이어서 이야기해보자.


2. 마인크래프트 환경과 창조적 축적 지향 사회 체제


우리나라 유소년기 교육 환경과 마인크래프트 환경





우리나라 유소년기 교육에서 특히 안타까운 점은 그 소중하고 중요한 시기에 나는 이기지만 우리는 지는 지금은 이기지만 결국엔 지는 경쟁을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이 특히 안타까운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방식의 경쟁 체제 속에서만 길들여지는 것이 창조적 축적을 지향하는 사회 체제에 부적합한 면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소년기에 이루어지는 교육 환경과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겪게 되는 환경이 아이들에게 주는 경험이 어떻게 서로 상충하는지 비교하면 이전 세대와 달리 방과 후에라도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왜 다행인지 이해하는데 도움될 수 있다.

우리나라 유소년기 교육 환경에서 아이가 요구받는 태도는 주어진 환경에 대한 순응이다. 평가 기준은 절대자인 선생님이 세운 것을 따르며, 이 때 기준은 하나의 방향 위에 서는 것으로 친구와의 관계는 등수로서 매겨지고, 자연스럽게 친구는 경쟁자가 된다. 정해진 답에서 벗어나지 않을수록 더 높은 등수를 받게 되므로, 정해진 답에 의문을 품기보다는 비판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빠르게 답변하는 것이 미덕이 된다. 정해진 답을 그대로 답변하는 맥락에서 성공과 실패가 명확히 나뉘며 친구와는 경쟁하는 관계이므로 나의 실패는 곧 친구의 성공, 친구의 실패는 곧 나의 성공으로 연결된다. 심지어 학습의 동기는 주객이 전도되어 스스로가 아닌 부모님 혹은 선생님을 만족시키기 위함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 스스로의 성장이 아니라 교수님이나 부모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학점이라는 기준 위에 친구들과 경쟁하고, 그렇게 졸업한 대학생은 직장인이 되어 고객이 아니라 상사나 사장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출이라는 기준 위에 동료와 경쟁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




반면에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겪게 되는 환경에서 아이가 요구받는 태도는 주어진 환경에 대한 저항이다. 평가 기준을 세우는 절대자는 따로 없고 이해관계가 있는 다수에 의해 자연적으로 기준이 발생하고 평가받게 된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선생님은 따로 없으며, 대신 이전에 다른 친구들이 이루어놓은 다양한 창작 결과물들이 살아있는 선생님이 되어준다. 정해진 답이 따로 없고, 더 나은 결과물만이 있으며, 더 나은 결과물은 구성원을 유익하게 하므로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친구는 경쟁자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공동체로서 서로 공생하는 관계가 된다. 학습의 동기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서 출발하며, 개인적으로는 ‘창작의 과정에서 스스로가 느끼는 즐거움’이 과정을 이끌며 다른 사람들과는 ‘만들어낸 결과물이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때 느끼는 보람’으로서 함께 결과를 누린다.
모방추격형 산업 발전 모델과 창조적 축적 지향 사회 체제

이러한 프레임은 그대로 ‘축적의 시간'에서 언급되는 -우리나라의 문제를 언급할 때 수년간 반복되어 언급된- 모방추격형 산업 발전 모델과 창조적 축적 지향 사회 체제에 대한 비교와도 연결된다.

‘모방추격형 산업 발전 모델'은 말 그대로 앞선 누군가의 뒤를 추격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과정에서 실패를 최소화해야 하며 이에 따라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일시적 총력 동원의 유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따라서 이 모델에서 실패는 곧 비효율로 연결되므로 그것은 배제된다.

‘창조적 축적 지향 사회 체제’는 앞선 누군가를 쫓는게 아닌 스스로가 문제를 정의하고 답을 찾아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외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나아가는 입장으로서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지식의 영역이므로 스스로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여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축적해나가 장기적 경험 축적의 저량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이 된다. 이 모델에서 실패는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것으로 대신 효율적으로 실패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된다.

정해진 답의 유무, 실패를 대하는 자세


앞서 말한 교육 환경과 산업 환경의 비교를 겹쳐 봤을 때 분명하게 반복되는 핵심 맥락이 있다. 바로 정해진 답의 유무와 이에 따른 실패를 대하는 자세의 차이이다. 이 맥락에서 산업계는 ‘답이 있던’ 시절을 지나 ‘답이 없는’ 시대를 이미 오래 전에 맞이했으므로 그것에 적합한 체제로 변화해야한다는 것이 ‘축적의 시간’의 결론이었다. 나아가 같은 맥락에서 산업계의 앞단이 되는 학계의 변화 방향에 있어 이에 호응하는 구조가 마인크래프트 환경이라는 점 역시 앞의 비교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3. 마인크래프트 세대에게 거는 기대


결국에 우리는 문제가 뭔지도 알고, 문제의 원인도 알고, 원인의 해결책도 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역시 해결책의 실행 때문일 것이다. 사회 전반이 함께 변화한다는 건 구성원 대다수의 공감과 실행을 함께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과 산업 모든 시기를 ‘답이 있던' 환경 속에서 살아온 윗 세대가 갑자기 ‘답이 없는' 상황에 유리한 체질로 변화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변화를 이루어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다음 세대의 몫인데, 안타깝게도 그 첫 단추가 되는 다음 세대의 교육을 역시 현재의 윗 세대가 만들게 되는 탓에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변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계에서도 여전히 이 글과 같은 비슷비슷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그 증상 중 하나다.



<We are all creators>

바로 이 점이 비록 학교에선 여전히 이전 세대의 ‘답이 정해진' 환경을 답습했지만, 학교 밖에서라도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 세대(비단 마인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닌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크리에이터로서 여기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Youtube, twitchTV, Beam, Sketchfab 등의 prosumer platform은 모두 해당된다)에게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를 거는 이유이다. 이들은 방과후에라도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를 윗세대의 교육이 만드는 왜곡없이 직접 경험을 통해 체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소중한 세대가 만들 변화에 도움은 되지 못할 망정 최소한 이러한 변화의 힘마저 꺾어 다른 나라에 뒤처지도록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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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1. 디자인 씽킹과의 연관성]


디자인 씽킹도 사실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의 맥락과 정확히 맞닿아있다.



<pxd에서 제작한 디자인 씽킹 교육용 툴킷 역시 마인크래프트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


디자인 씽킹 개념을 제안한 IDEO의 Tim Brown은 ‘사람은 누구나 디자이너'라고 말했는데, 사실 디자인 씽킹의 내용이 ‘축적의 시간'의 그것과 너무 닮아서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를 이루려면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디자이너처럼 사고해야 한다'라고 고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디자인 씽킹이 말하는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여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축적의 시간'에서 말하는 ‘창조적 축적'의 맥락과 그 궤를 정확히 같이 하기 때문이다.


[참고2. MS가 다시 언급한 컴퓨팅 파워의 활용 방향]


Creator를 위한 컴퓨팅 파워의 활용 방향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한 얘기가 아니다. 사실 벌써 나온지 30년 가까이 되가는 이야기이다. 다음의, 1989년에 스티브 잡스가 Mac에 대해 이야기했던 인터뷰를 보자.



<1989년 4월 1일, Inc.지>

" 자, 앞서 말씀드린 부분으로 돌아가 보죠. 아시다시피 인간은 기본적으로 도구를 만듭니다. 컴퓨터는 우리가 이제까지 만든 도구 중에 제일 놀라운 도구이죠. 1970년대에 많이들 가졌던 깊은 통찰력은 그 도구를 개인에게 안겨다 주는 것의 중요성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테면 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컴퓨터를 만드는데 드는 똑같은 비용으로 1/1000만큼의 파워를 가진 컴퓨터 1,000대를 만들어서 1,000명의 손에 넘긴다면?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컴퓨터를 한 명이 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겁니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툴을 만든 이조차 전혀 생각지 못 한 방법으로들 사용할 겁니다. 그리고 이 툴로 뭘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면, 다른 999명도 그걸 함께 공유할 수 있어요. "

흥미로운 점은 27년이 지난 지금에, 이와 같은 철학을 끌어올려 전면에 내세워서 다시 발표하는 회사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아니라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회사와 상관없이 도메인 전반에서 추구되는 가치라면, 이는 곧 창조자(Creator)로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 Computing power의 발전 방향이자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부분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증거가 아닐까.

July 27, 2015

Tell you something ; 디자인 에이전시의 변화

*이 글은 pxd story에 동시 발행되었습니다.

이재용 대표가 올해초 쓴 글(디자인 스튜디오의 인수합병디자인 에이전시의 몰락)에서 정리했던 것처럼 디자인 에이전시에게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5월, McKinsey&Company가 Lunar Design을 인수했습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와 비즈니스 컨설턴시는 어떻게 변화하는 걸까요, 또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요. 이 시점에서 두 업계의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 향후 디자인 컨설턴시가 가질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려 합니다. 

1편: 디자인 에이전시의 변화
2편: 비즈니스 컨설턴시와 디자인 컨설턴시 (발행예정)

1편 한줄 요약:
디자인 에이전시 입장에서 쓸만한 일을 주던 회사들은 인하우스로 돌아섰고 돌아설 것이며, 그렇지 않은 일은 보다 더 저렴해졌고 저렴해질 것입니다. 


<Image via responsivedesignblog.com>

1편에선 먼저 디자인 에이전시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기본적으로 머리를 빌리면 컨설턴시, 손까지 빌리면 에이전시, 스스로 해내면 인하우스입니다. 따라서 에이전시는 외부에서 자신의 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 맥락이 되며 수익은 당연히 건 단위의 마진이 높을 수록, 또 단위 시간 내에 더 많은 건의 일을 소화할 수록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전시에게 어려운 시기라면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면 됩니다. 일이 줄고 있거나, 일이 저렴해지고 있거나.

1. 일이 줄고있거나 : 인하우스화


기업에게 있어 디자인은 사실 당연히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만 짚어봅니다. 

Identity

디자인을 비교적 경영에 잘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얼마 전 맥킨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광고의 시대가 끝나고, 표현의 시대가 온다'라는 자사 슬로건을 통해 그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바우하우스(Bauhaus)의 영향이 반영된 이 슬로건은 기업 아이덴티티(Identity)에 관한 깊은 통찰 -우리는 브랜드를 하나의 총체적인 경험으로 인식한다는- 을 담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표현의 기획과 전달에 가장 깊숙히 관여하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Image via mckinsey.com>

특히 이러한 아이덴티티의 핵심은 ‘자기다움의 표현'인데, 이에 가장 깊숙히 관여하는 분야를 외부에 위탁한다는 건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일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기업일수록 핵심적인 결정을 내리는 '머리'에 가까운 일들은 사내에서 다루게 됩니다. 이 때 외부 에이전시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의 성격이 '머리'에서 멀어지고 '손'에 가까워질 수록 건당 마진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Polishing

오늘날 경쟁 업체가 없는 분야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제품 관점에서 경쟁 업체를 이겨낼 수 있는 핵심은 빠르고 지속적인 반복 개선(polishing)에 달려있습니다. 이 때 여기에 가장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UX이므로 자신의 제품을 둘러싼 UX만큼은, 조금은 서툴더라도,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 스스로가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특히 디자인은 UX에 깊숙히 관여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이러한 분야를 외부에 위탁한다는 것 역시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일입니다. 

쓸만한 일이 줄고 있거나

따라서 인하우스화가 불러오는 어려움을 정확히 말하자면 ‘“쓸만한” 일이 줄고 있거나’에 가깝습니다. 프로젝트면에서 비교적 "쓸만했던" 일들은 회사 안에서 소화하고, 까다롭고 단기적인 것들을 외부로 돌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기업을 제외하면 에이전시를 찾는 고객들은 주로 디자인 역량을 스스로 소화해내기 어려운 규모의 회사들, 혹은 단발성으로 소화하는 회사들이 되는데, 이들 역시 높은 마진을 남기지도, 꾸준한 일감을 제공하지도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디자인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회사들이 늘어날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이 제자리를 찾아갈수록, 디자인을 스스로해내는데 필요한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2. 일이 저렴해지고 있거나 : 상향평준화와 아웃소싱 중개 서비스


인간이 관여하는 대부분의 경쟁은 결국 성숙 및 포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이 때 각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는 가치 하락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점점 더 낮은 가치에 그 일이 거래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 하락은 상하위 그룹의 경쟁력 차이가 좁혀짐으로써 발생하는데 이는 곧 상위 그룹이 도망가는 속도가 하위 그룹이 쫓아오는 속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는 주로 시행착오 최소화와 도구의 발전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시행착오 최소화


<Image via Behance.net>
시행착오 최소화는 상위그룹이 달아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들을 하위그룹은 최소화하며 쫓아갈 수 있음을 말합니다.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디자인', 혹은 ‘잘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을 어느 정도 수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Dribbble.comBehance.net만 가도 탑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금방 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른 속도로 ‘좋은’ 수준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psd, ai 파일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목업이나 리소스 파일들이 공유되고 있고, 구글이나 애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이마저도 고민의 여지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디자인 분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행착오 최소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야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상향평준화가 심화되기 마련입니다. 

도구의 발전

도구는 더 짧은 시간에,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러한 도구의 발전은 사람이 좌우하는 영역의 크기가 줄어들게 만들어 상하위 그룹이 내놓는 결과물의 절대적인 차이를 좁히고, 단위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 업의 평균적인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반대로 업의 평균적인 거래 단가를 하락시킵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라이노, 캐드 등이 바로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대표적인 도구들이며 이러한 것들은 여전히 눈부시게 발전 중이고 우리는 이를 통해 점점 더 짧은 시간에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Image via Canva.com>
나아가 2D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선 이제 단순 도구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하던 역할까지 확장하여 대체해내는 도구들 -Canva.comWix.com과 같은- 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자유도를 일부 양보하는 대신, 저렴하고 손쉽게 일정 수준 이상의 디자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들의 위협에 가장 가까운 분야는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프로젝트들을 수주하던 에이전시/프리랜서들입니다. 아직은 사람이 가지는 경쟁력이 조금 더 우위에 있을지 모르나, 온라인 서비스 특성상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할수록 더 빠른 속도로 기능이 개선되고, 가격을 낮추게 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일정 영역에선 가성비적으로 사람을 뛰어넘게 될 것입니다. 

에이전시업의 언번들링(Unbundling): 아웃소싱 중개 서비스의 발전


<Image via Loud.kr>
상향평준화가 불러온 업의 가치하락과 도구의 발전에 힘입어 Wishket.comLoud.kr과 같은 아웃소싱 중개 서비스는 생긴 이래로 꾸준히 발전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로, 이제는 초창기에 비해 이용자의 규모도 제법 커져 점점 더 비싼 프로젝트들이 제안되고,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경쟁하여 좋은 결과물이 제공되는 선순환의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1000만원 내고 업체에 맡긴 스마트폰 앱 디자인와 300만원내고 30명의 디자이너가 경쟁해서 만든 스마트폰 앱 디자인 사이에서 점차 후자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특히 Loud와 같은 경우엔, 선택된 1개 시안 뿐만 아니라 선택되지 않은 29개의 시안까지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3.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글에 썼던 표현대로 이 모든 것은 이미 다 벌어진 일이며 이러한 변화는 언제나 역행하기 보단 심화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서로 시너지를 불러 일으키며 전방위적으로 발전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르게 전통적인 디자인 에이전시업의 단위 업무 가치를 지속적으로 하락시켜 나갈 것입니다. 탱그램디자인연구소와 이노디자인의 경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체 브랜드 제품을 통해 사업다각화에 노력했고 각자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던 일의 변화라기보단 새롭게 업을 추가한 것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변화 방향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디자인 에이전시는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미래가 있겠지만 비즈니스 컨설턴시의 변화와 맞물려 고민한 바 중 한 가지를 2편에서 나누어 보려합니다. 1편은 어디까지나 2편을 위한 도입편입니다.

May 7, 2014

Tell you something ; iWatch는 원형 폼팩터로 출시될 것

한줄 요약 : 아이팟 나노 7세대에 등장한 원형 아이콘은 최소 2년전부터 준비한 원형 iWatch를 위한 밑그림의 증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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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6 와 관련된 루머와 다양한 제품 목업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iWatch에 대한 소식은 상대적으로 뜸한 상태이다. 이러다가 애플이 iWatch만은 비밀을 잘 지켜내서 6월에 '깜짝' 발표를 하는 건 아닐 지 기대된다. 

사실 예측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글은 예전에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랑 맞물린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이왕 시작한거 블로그에 글을 마무리를 짓고자 했다. 또 이런 글을 미리 써놓고 나중에 실제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다. 


- 발단. 2012년 9월 13일



지금으로부터 2년 전, iPod Nano 7세대가 발표된 직후 썼던 글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따라서 이 글의 말미에 가면 아이콘 디자인을 입양해온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 iOS에서 아이콘 디자인이 갖는 의미

내 주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iOS에서 아이콘 디자인이 갖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iOS가 안드로이드에 비해 좀 더 시각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데에는 아이콘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아이콘 형태를 잡아주는 외곽선의 역할이 크다. 


위 그림을 보자. 초기 3GS 시절부터 최근 5s 에 이르기까지 아이콘 형태를 잡아주는 아이콘 외곽선은 변하지 않았으며 안드로이드의 경우 그러한 아이콘 외곽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처음에 보았던 페이스북 글 왼쪽에 보이는 노키아조차도 루미아 800에서 동일하게 아이콘 외곽선을 잡아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심미적으로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는데 그 이유는 다음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다양한 포인트에서 '안정감'을 느끼는데, 위 그림의 경우 특히 '규칙적으로 정렬된', '모서리가 둥근 도형들의 나열'이 주는 심미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깊게 얘기하면 이야기가 고루해지니 그냥 보고 차이를 느끼면 된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쉽게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사용된 도형의 갯수이다. 아이폰은 형태적으로 우리 뇌가 3개의 도형으로 시각을 정리하며, 넥서스 5의 경우 7개의 도형으로 정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아이콘의 갯수가 늘어나면 아이폰은 여전히 3개로 변화가 없지만 넥서스 5의 경우 아이콘 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그 숫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은 이번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 법적 분쟁에서도 제기된 내용일 정도로 아이폰 디자인에 있어 아이콘 외곽선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삼성은 이후 갤럭시 모델에서 '아이폰스러움을 지우기 위해' 일부러 다시 아이콘 외곽선을 제거했고, 대놓고 '안드로이드판 아이폰'을 표방하는 xiaomi의 miui는 여전히 이러한 아이콘 외곽선을 계승하고 있다.)


- 하드웨어와 내부 UI의 조화

아이폰의 경우 하드웨어와 내부 UI 디자인이 함께 고려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다음 그림을 보자. 


보다시피 아이폰에 표현된 사각형은 모두 하나의 사각형을 같은 비율로 줄이고/늘림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애플이 아이폰을 디자인할 때 애초에 초기부터 하드웨어와 내부 UI 디자인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함께' 설계했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초기 아이폰부터 가장 최근에 등장한 5S에 이르기까지 특히 하드웨어 모서리 값은 전혀 변화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와 내부 UI의 조화. 그들에게 이것은 원칙이다. 


- 다시 발단으로. 어디서 입양해왔는지 모를 근본없는 아이콘 디자인



아이콘 디자인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이해는 2년 전에도 같았고, 상황이 이러했으니 2년 전 이 아이콘 디자인을 '대체 어디서 입양해왔는지 모를 근본없는 디자인' 이라고 표현한 건 내게 무리가 아니었다. 당장 바로 전 모델인 아이팟 나노 6세대만 보아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고 있었다. 그럼 대체 7세대의 원형 아이콘 디자인은 대체 어디서 입양해 온 걸까. 


-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설. iWatch.

피트니스 트래커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움직임이 이제 손목밴드형(일명 시계타입) 폼팩터로 자리잡고 있다. 시중에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있지만 디자인적으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제품은 바로 moto 360 이었다. 



삼성의 기어 2, 소니의 스마트와치 2 등 기존에 나온 대부분의 제품은 스마트폰의 사각형 폼팩터를 깎아 줄인 느낌의 똑같은 사각형 폼팩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손목에 착용해 온 시계는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이었기 때문에, 사각형 폼팩터를 가진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은 마치 구글 글래스를 보며 느끼는 그것처럼 어딘가 우스꽝스러웠고 'geek'스러웠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그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moto 360의 원형 폼팩터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반응한 것이다. 

자, 원형 폼팩터. 원형 아이콘. 

감이 잡히는가? 그렇다. iPod nano 7th의 원형 아이콘. 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설은 바로 iWatch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하드웨어와 내부 UI 디자인을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하는 애플 입장에서 하드웨어 폼팩터가 원형이 되면 내부 아이콘도 원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위 사진의 moto 360 컨셉 이미지 역시 원형-원형-원형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시각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럽다. 원형 폼팩터 안에 사각형 모양의 아이콘이 자리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불편한 구성이 될 것이다. 

- 결국 원형 폼팩터를 가진 iWatch가 출시된다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들.



만약 이후 등장하는 iWatch가 이 가설대로 원형 아이콘에 원형 폼팩터를 가지게 된다면 모든 의문은 해소된다. iPod Nano 7th는 애초에 아버지가 아이폰이 아니었으며 iPod 라인업은 iPod 라인업대로 새로운 아이콘 아이덴티티를 갖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 이를 통해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몇 가지 적어본다. 


1. iWatch는 iPod 라인업에 추가될 것.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iWatch 아이콘 디자인이 iPod Nano에 등장했다는 건 iPod Nano에 쓰이는 OS가 그대로 iWatch에도 쓰인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애플은 iWatch를 iPod 제품 라인업으로 바라보고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느냐. 가장 가깝게는 애플 홈페이지에서 iWatch를 찾으려면 'iPod'을 눌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네이밍 원칙에 따라 'iPod Watch'라는 이름이 될 것이란 걸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네이밍의 경우, 요새 iWatch라는 단어가 루머로 돌고 있는 걸 보면 'the new iPad' 때 그랬던 것처럼 보란듯이 네이밍 원칙을 깨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장담하기 어렵다. Jobs가 죽은 뒤, 애플은 변했다. 


2. 애플은 최소 2년전부터 iWatch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시계줄 악세서리를 통해 완성되었던 이른바 iPod Nano watch
이런 악세서리가 등장할 즈음부터 이미 애플은 iWatch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고선 iPod nano 7세대같은 폼팩터에 '어디서 입양해왔는지 모를' 느낌을 주는 생뚱맞은 원형 아이콘을 넣어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iPhone에 들어가는 iOS와 iPod에 들어가는 iOS가 애초에 다른 UI 표현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뜻하며 그것이 2년전 출시된 제품에 반영되어 있다면 이미 애플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최소 2년전부터는 '원형 폼팩터를 가진 iWatch'에 대한 염두를 두고 밑그림을 그려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3. 원형 폼팩터를 위한 SDK(Software Development Kit). 

그 동안의 스마트 와치들이 네모 위주였던 건 사용성과 관련된 이슈도 있었겠지만 주로 SDK의 영향도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xy좌표계로 정리되는 사각형과 달리 원형 폼팩터는 기존 개발자와 OS 설계자 모두에게 어떤 것을 레퍼런스로 가져야할 지에 대한 굉장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약 원형 폼팩터를 가진 iWatch가 등장한다면, SDK는 '기존 사각형 프레임으로 개발하되, 출력은 원형으로 내보내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moto 360의 경우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중일 것이다. 컨셉 영상을 보면 3개의 사진 전부다 아랫 쪽에 알 수 없는 검은색 부분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검은 부분이 어디에 쓰이는 건지는 아직 모르나, 혹 이러한 면에서 SDK를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4. moto 360 컨셉 영상의 의미



moto 360은 올 여름 출시 예정이라는데 행여나 iWatch가 6월에 깜짝 발표된다면 비슷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미리 컨셉 영상을 내보낸 것은 이러한 애플의 행보를 예측한 누군가가 이 부분을 '선점'하는 의미가 아닐까싶다. 삼성 등 기타 회사가 서둘러서 스마트와치를 발표하는 것처럼. 이건 완전 가설에 가설을 더 한 것이니 그다지 신경 쓸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moto 360에 원형 iOS 7 스타일 아이콘을 입혀본 컨셉 이미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iWatch가 원형 폼팩터를 갖게 된다면, moto 360과 굉장히 유사한 형태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처음 아이폰 등장 이후에 다른 후속 회사들이 그랬듯 애플 역시 버튼 하나로 정리된 원형 폼팩터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moto 360의 컨셉 이미지 선점은 이 점을 노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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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언제나 '나 이것도 할 줄 알아요' 보다는 '정말 의미가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제품을 내놓고자 노력하는 회사이다. 이렇게 iWatch에 대한 가설을 전개하는 밑바닥에는 하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수준으로 완성하기 위해 2,3년에 걸쳐 가다듬어 왔을 것이라는 애플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다. 그리고 얼마 전 팀 쿡(Tim Cook)이 인터뷰에서 '거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라고 받아들일 만한 제품'을 언급했었는데 iWatch는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인만큼 이제 iWatch의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을 지 모른다는 기대도 해본다. 

이것으로 2년 전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을 비로소 마무리한다. 결국에 iWatch가 발표되고 나면 이 글이 그럴싸한 헛소리인지 아닌지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비록 헛소리가 되더라도 여러분이 글을 읽어낸 시간이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부디 모두에게 유익한 글이 되었길 바란다. 

May 2, 2013

Tell you something ; 영화 '라따뚜이'에 담긴 스티브 잡스의 '창조'와 '기업 문화'에 대한 철학, 그리고 그의 '메시지'. (1편)

한줄 요약 : 영화 라따뚜이의 주제는 '창조'이며 그 안엔 창조의 3가지 원리 '조합', '발견', '융합'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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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지구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핵심적인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인간 고유의 '창조'적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을 통한 창조적인 아이디어간의 싸움은 인간 간의 경쟁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비단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전분야에 걸쳐있는 관심사이며, 우리는 매일매일 모든 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창조'적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살아간다. 

자, 그렇다면 이 시대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이 메커니즘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전설이 되어버린 그의 철학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고맙게도 그는 자신의 철학과 노하우를 쉽고 명확하게 정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세상에 제공했다.

바로 그가 세운 영화사 픽사가 제작했던 영화 '라따뚜이'가 그것이다.

'창조와 기업문화에 대한 철학'과 같은 내용을 영화 주제로 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해보라. 투자자 입장에서 '창조와 기업 문화'를 담은 영화라 했을 때 그게 시장성이 있어보이겠는가? 사실 내가 아는 범위에선 이런 경우는 아예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으로? 공주와 왕자, 로빈훗, 피터팬, 장난감들의 이야기와 같은 것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 영화는 그렇게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주제 선정에서부터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실천하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창조'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찬 일상을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제 영화를 보며 정리했던 내용을 엮어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나온지도 시간이 꽤 흐른 영화고 나 역시 예전에 정리했던 생각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신있게 꺼내놓을 수 있었던 건 이제 소개할 이야기들은 시간에 상관없이 그 때나 지금이나 또 앞으로도 우리에게 영원히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또 이제는 이후 잡스의 행보와 맞물려 당시엔 짚어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곳곳에 추가되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주었기도 하다.

이야기는 주제가 난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 3가지 주제 '창조', '기업문화', '메시지'편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것이다. 3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왜 내가 멀쩡히 감독도 따로 있는 영화를 스티브 잡스가 본인의 철학을 녹여낸 영화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블로그에 제대로 주제를 잡고 쓰는 첫 글이기도 한 이 글이 그럴듯한 헛소리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시청하였음은 물론 지금껏 미뤄두었던 잡스 전기도 빠짐없이 읽어냈다. 이 모든 준비 작업이 끝나고 드디어 글을 쓰기 시작하건데 내가 하는 모든 것이 그렇듯 부디 모두에게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란다.


- 1편 : ‘창조' -

1. 창조하지 않는 것은 ‘쓰레기나 훔쳐먹는 한심한 도둑’에 불과하다.


[ 자신의 엄청난 재능을 고작 음식에 쥐약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데 허비하게 되는 레미. ]
아버지 : " 어떠냐 아들아, 넌 정말 숭고한 일을 해내고 있는 중이란다. "
레미 : " 숭고한 일이라고요? 우린 그저 도둑일 뿐이에요, 아버지. 심지어 우리가 훔치고 있는 것들은 그저 '쓰레기' 일 뿐이라구요. " 

여기서 버려진 쓰레기를 취하는 것은 곧 아무런 노력없이 그저 '카피'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대해 레미는 강력히 반발하지만 아버지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이러한 '그저 늘 하던대로 남이 버린 쓰레기를 가져다 취하면 되는거지 뭘 그렇게 어렵게 살려고 드는가?' 라는 이야기는 경쟁력있는 생각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배끼기에 급급한 우리 주변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레미는 이것을 '도둑'에 비유했고, 잡스는 이것을 '수치심 없는 도둑질' 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가 말년에 진행했던 삼성과의 기나긴 치열한 법정 소송을 통해서도 잘 드러났었다.


2.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창조적'이라는 점이다.


[ 인간은 곧 창조다. 하지만 인간들에 대한 관심은 위험하니 집어치우라고 말하는 아버지. ]

영화 안에서 레미가 바라보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창조다. 이는 잡스가 누누히 밝혀왔듯이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일치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아버지는 그러한 인간들은 위험하니 그들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라고 말한다. 물론 영화에서의 그 위험함이란 쥐들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지만 조금만 시각을 옮겨서 생각해보면 인간의 가장 큰 특성을 '창조'라고 했으니 인간을 '창조적인 시도'에 빗대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담긴 레미의 대사.

레미 : " 물론 인간을 멀리해야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분명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다. 그들은 그저 '생존' 자체만을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발견하고, 나아가 창조해낸다. "


그렇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바로 '창조'인 것이다. 

자 이제, 1989년에 잡스가 했던 인터뷰를 보자.

스티브 잡스 : " 자, 앞서 말씀드린 부분으로 돌아가 보죠. 아시다시피 인간은 기본적으로 도구를 만듭니다. 컴퓨터는 우리가 이제까지 만든 도구 중에 제일 놀라운 도구이죠. 1970년대에 많이들 가졌던 깊은 통찰력은 그 도구를 개인에게 안겨다 주는 것의 중요성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컴퓨터를 만드는데 드는 똑같은 비용으로 1/1000만큼의 파워를 가진 컴퓨터 1,000대를 만들어서 1,000명의 손에 넘긴다면?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컴퓨터를 한 명이 쓰기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겁니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툴을 만든 이조차 전혀 생각지 못 한 방법으로들 사용할 겁니다. 이 툴로 뭘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면, 다른 999명도 공유할 수 있어요. "

굉장한 인사이트다. 그는 이 말을 이미 1989년에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스마트폰과 앱스토어의 등장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잡스는 그저 자신이 가졌던 철학대로 제품을 발전시켜왔을 뿐이다. 업계에 다른 이가 이것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오늘날 애플의 영광은 다른 회사의 차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한 가지 더 발견할 수 있는 점은 그가 컴퓨터 산업을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이 그가 컴퓨터를 그저 돈버는 수단으로서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창조적 동력을 좀 더 강력하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는 의미로서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봤을 때, 잡스는 그저 변함없이 이 한 가지 맥락으로 꾸준히 매진해 왔던 것일뿐이었다. 아이폰 이전에 핸드폰과 컴퓨터 업계가 해왔던 성능과 가격에 대한 숫자 경쟁의 프레임을 단 번에 무기력하게 만들고 시장의 질서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어느 날 갑자기 떠올린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미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소신과 철학을 유지하고 보완해온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3. 창조의 첫번째 기본 원리. '조합'


[ 치즈와 딸기를 이용해 '조합'에 대해 설명하는 레미.
시각적으로도 참 이해가 잘 되게 표현하였다. ]

레미 : " (치즈와 딸기를 따로 한 입씩 베어먹으며) 각각 먹으면 각각 완전히 특성있는 맛이지만, (두 가지를 한꺼번에 같이 베어먹으며) 만약 두 가지를 한 번에 같이 먹으면 완전히 새로운 맛이 느껴지지. "

'창조'에 관해 모든 이야기를 꿰뚫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조합'.

난 이것을 스스로 깨우치는데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소모했었다. 왜냐면 내가 어린 시절 듣고 자랐던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두 마치 로또처럼 어디서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는 것처럼 묘사되왔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가 교육 전반에서 시행하는 '창의성'을 설명하는 뉘앙스를 보면 '괴기하고', '이상하고', '선택받은 천재들의 영감'과 같은 느낌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완전한 오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마치 창의성을 선택받은 소수만이 가지는 고유의 능력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 창조의 과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땅에 인간이 창조하는 그 무엇에도 완전히 새로운 '창조'란 없다. 다만 그저 우리는 새로운 '조합'을 '발견'할 뿐이다. 

자칫 거창해질 수 있는 이 이야기를 영화에선 단 10초만에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헤매며 흘려보냈던 나로선 심지어 억울한 마음까지 들 정도로 좋은 장면이다.


4. 창조의 두번째 기본 원리. '발견'


[ 버섯을 조리하기 위해 옥상까지 찾아올라간 레미. 번개를 맞기 직전 찰나의 순간.
생각해보라. 이러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인가? ]

나를 더 놀라게 했던, 창조의 두번째 기본 원리 우연한 '발견'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우연히 얻은 버섯을 조리하기 위해 옥상까지 올라가서 굴뚝에서 조리하던 레미가 번개를 맞고, 이 때 번개를 통해 순간적으로 튀겨진 버섯이 전혀 생각치 못한 새로운 맛을 낸다는 사실을 레미가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이다.

생각해보라, 레미가 남다른 두뇌를 가진 쥐였기 때문에 이를 발견할 수 있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다. 이러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두번째 기본 원리 '발견'의 중요한 특징으로 바꿔말하면,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이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그 우연의 순간을 마주하면 '창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기회가 정말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담겨있다.  
- 다른 쥐들처럼 버섯을 그냥 있는 그대로 먹으려 했다면,
- 버섯을 굴뚝의 연기를 이용해 훈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 직접 옥상까지 올라가 그것을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누구나'가 아니라 '노력하는 누구나'라는 점. 이것이 바로 두번째 기본 원리. '발견'의 키포인트다.


5. 창조적이기 위한 자세. '실패'는 '창조'의 어머니. 


[ 자신의 우상인 구스토의 말을 들으며 감동하는 레미 ]
구스토 : " 실수는 잊어버리세요. 이것은 당신의 요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위대한 요리는 겁쟁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풍부한 상상력을 지니고, 마음을 강하게 다잡으세요. 잘 안 될 것 같아 보이는 것도 한 번 시도해보세요. 그리고 절대 타인이 당신의 출신 등을 이유삼아 한계를 정해버리도록 두지 마세요.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한계는 당신 자신 뿐입니다. 이 말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어요. 그리고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한 사람만이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
레미 : " 완전 그냥 한 편의 시네... "

여긴 내가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구스토의 말이 모든 걸 이야기해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사람만이 '창조'할 수 있고 나아가 위대해질 수 있다.

잡스는 인터뷰(스티브 잡스 : 인생의 진실 https://www.youtube.com/watch?v=rFxv3QZSfBw)에서 정확히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 있다. 


6. 창조적이라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 배고픔에 지친 나머지 빵을 훔쳐 먹으려는 레미를 다그치는 구스토의 영혼 ]

레미가 느끼는 배고픔의 유혹이란 우리가 마주하는 '카피'의 유혹과 같다. 그것은 너무나 손쉬워서 절박한 상황에서 그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더욱 더 힘든 일이 된다. 하지만 구스토는 이런 레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구스토 : " 레미, 넌 잘 할 수 있잖니. 넌 요리사야. 요리사는 만들고, 도둑은 훔치지. 하지만 넌 도둑이 아니잖니. "
레미 : " 하지만, 배가 고픈걸요. "
구스토 : "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음식은 나타날거야 레미. 음식이란 언제나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나타나는 법이거든. "

창조적이라는 것이 분명 힘든 일이라는 걸 안다. 그러한 어려움에 부딪힐 때면 언제나 창조적이려는 노력을 그만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라.
진정 창조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그 길이 열리기 마련이다.

창조적인 길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앞으로 이를 겪게 될 이 시대 창조적인 리더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이다. 


7. 창의적이기 위한 조직문화. 세 번째 원리. 각기 서로 다른 전공들의 '융합'.

사실 2편 '기업 문화'에도 속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창조'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1편 마지막 단락에 이 장면을 포함시켰다.

오늘날 여기저기 남용되고 있는 단어 '융합'

개인을 넘어서 조직이 창의적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한 답이 되는 장면이다. 물론 개인의 창조에 있어서도 분야간 융합은 중요한 키가 된다. 여기선 더 큰 틀에서 '창조적인 조직'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서로 다른 전공의 '융합'에 대한 이야기이다. 




[ 엄지만으로 사람을 죽인적이 있다는 Horst. 최고의 레스토랑이라서 요리 엘리트 출신들이 가득할 것 같지만, 
정통 요리학교 출신이 아닌 요리사들이 오히려 대부분이다. ]


꼴레뜨 : " 사람들은 최고급 요리사들이 도도하고 오만할 거라 생각하지. 또 그래서 요리사들은 그렇게 행동하기도 하고. 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렇지 않아. 
Lalo 는 12살에 가출했어. 그리곤 서커스단에 곡예사로 일을 시작했지. 하지만 곧 무대 감독의 딸과 놀아나다 해고당했어. Horst 는 비밀이 많아. 아무것도 확실히 알려진 게 없어. 그는 그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항상 말이 바뀌거든. 공금을 횡령했다거나, 볼펜 한 자루 만으로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을 털었다거나, 아비뇽의 오존층에 구멍을 뚫었다거나, 엄지 하나만으로 사람을 죽였다거나. 그런 식이지. Pompidou와는 카드게임을 해선 안돼. 그는 라스베가스와 몬테카를로에서 출입금지를 당했거든. Larousse 는 레지스탕스였어. 
자, 이제 알겠지? 우리는 아티스트야, 마치 해적과 같다구. 우리는 요리사 그 이상이야. "


학문간의 '융합'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하도 떠들어대서 말만 들어도 하품이 다 나올 지경이라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 

[ 메킨토시 개발 당시 사무실에 걸렸던 해적 깃발의 모습 ]

다만 그보다 꼴레뜨가 마지막에 언급한 '해적'이란 단어에 좀 더 주목한다. 왜냐하면 '해적'이란 표현은 잡스가 추구했던 조직 문화를 상징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잡스 전기를 보면 사무실에 해적 깃발을 세우고 개발자들에게 해적의 정신을 갖자고 이야기하는 잡스의 실제 일화도 등장한다. 심지어 이 때문인지 1999년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제목은 '실리콘밸리의 해적들'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해적 문화의 어떠한 면이 이런 면모를 낳는다는 것일까?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한다. 


 - 해군은 가만히 지금있는 것을 지키기에 급급한 존재지만, 해적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도전을 즐기는 존재들이다. 

 - 해적들의 문화에선 영원히 온전한 것이란 없다. 최고의 자리란 매순간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자에게만 돌아간다. 

 - 때문에 해적을 이끄는 선장이란 언제나 진취적이다. 부하들에게 다음 목적지를 이야기해주지 못한다면, 그 누구의 손에도 손쉽게 목이 떨어져나갈 수 있는 게 해적의 선장이다. 


'해적 문화'. 바로 이 것을 말하기 위해 꼴레뜨의 대사 마지막에 굳이 '해적'을 언급한 것이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주커버그가 말했던 '해커 문화' 역시 그 맥락을 거의 비슷하게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점도 있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에 대해 좀 더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 분명한 점은 업계의 전설적인 두 경영자가 가졌던 철학의 맥락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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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1편을 마친다.

그가 던진 창조의 키워드를 정리하면 크게 3가지 '조합', '발견', '융합'이 된다.

누구나 이에 대해 개략적으론 말할 수 있으나 이렇게 쉽고 명확하게 영화 한 편으로 정리해서 시장에 내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대로 더 많은 사람들 그 결실을 누릴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이 그 목적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길 바란다.

나아가 이 글을 통해 앞으론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마치 천재들만이 순간적으로 가질 수 있는 특권처럼 소개하는 일이 줄어들길 바란다. 그렇게 창조에 대해 오해하여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건 나 하나만으로 족하다.

다음 2편에선 '창조'적인 사람들의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기업 문화'에 대한 철학을 잡스가 어떻게 영화 곳곳에 녹여냈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1편을 소화하고 2편을 소화한 뒤엔,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한 때 경영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애플의 조직 구성 특징과 그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