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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6 와 관련된 루머와 다양한 제품 목업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iWatch에 대한 소식은 상대적으로 뜸한 상태이다. 이러다가 애플이 iWatch만은 비밀을 잘 지켜내서 6월에 '깜짝' 발표를 하는 건 아닐 지 기대된다.
사실 예측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글은 예전에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랑 맞물린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이왕 시작한거 블로그에 글을 마무리를 짓고자 했다. 또 이런 글을 미리 써놓고 나중에 실제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다.
- 발단. 2012년 9월 13일
지금으로부터 2년 전, iPod Nano 7세대가 발표된 직후 썼던 글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따라서 이 글의 말미에 가면 아이콘 디자인을 입양해온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 iOS에서 아이콘 디자인이 갖는 의미
내 주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iOS에서 아이콘 디자인이 갖는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iOS가 안드로이드에 비해 좀 더 시각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데에는 아이콘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아이콘 형태를 잡아주는 외곽선의 역할이 크다.
위 그림을 보자. 초기 3GS 시절부터 최근 5s 에 이르기까지 아이콘 형태를 잡아주는 아이콘 외곽선은 변하지 않았으며 안드로이드의 경우 그러한 아이콘 외곽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처음에 보았던 페이스북 글 왼쪽에 보이는 노키아조차도 루미아 800에서 동일하게 아이콘 외곽선을 잡아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심미적으로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는데 그 이유는 다음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다양한 포인트에서 '안정감'을 느끼는데, 위 그림의 경우 특히 '규칙적으로 정렬된', '모서리가 둥근 도형들의 나열'이 주는 심미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깊게 얘기하면 이야기가 고루해지니 그냥 보고 차이를 느끼면 된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쉽게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사용된 도형의 갯수이다. 아이폰은 형태적으로 우리 뇌가 3개의 도형으로 시각을 정리하며, 넥서스 5의 경우 7개의 도형으로 정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아이콘의 갯수가 늘어나면 아이폰은 여전히 3개로 변화가 없지만 넥서스 5의 경우 아이콘 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그 숫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은 이번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 법적 분쟁에서도 제기된 내용일 정도로 아이폰 디자인에 있어 아이콘 외곽선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삼성은 이후 갤럭시 모델에서 '아이폰스러움을 지우기 위해' 일부러 다시 아이콘 외곽선을 제거했고, 대놓고 '안드로이드판 아이폰'을 표방하는 xiaomi의 miui는 여전히 이러한 아이콘 외곽선을 계승하고 있다.)
- 하드웨어와 내부 UI의 조화
아이폰의 경우 하드웨어와 내부 UI 디자인이 함께 고려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다음 그림을 보자.
때문에 초기 아이폰부터 가장 최근에 등장한 5S에 이르기까지 특히 하드웨어 모서리 값은 전혀 변화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와 내부 UI의 조화. 그들에게 이것은 원칙이다.
- 다시 발단으로. 어디서 입양해왔는지 모를 근본없는 아이콘 디자인
아이콘 디자인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이해는 2년 전에도 같았고, 상황이 이러했으니 2년 전 이 아이콘 디자인을 '대체 어디서 입양해왔는지 모를 근본없는 디자인' 이라고 표현한 건 내게 무리가 아니었다. 당장 바로 전 모델인 아이팟 나노 6세대만 보아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고 있었다. 그럼 대체 7세대의 원형 아이콘 디자인은 대체 어디서 입양해 온 걸까.
-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설. iWatch.
피트니스 트래커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움직임이 이제 손목밴드형(일명 시계타입) 폼팩터로 자리잡고 있다. 시중에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있지만 디자인적으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제품은 바로 moto 360 이었다.
삼성의 기어 2, 소니의 스마트와치 2 등 기존에 나온 대부분의 제품은 스마트폰의 사각형 폼팩터를 깎아 줄인 느낌의 똑같은 사각형 폼팩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손목에 착용해 온 시계는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이었기 때문에, 사각형 폼팩터를 가진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은 마치 구글 글래스를 보며 느끼는 그것처럼 어딘가 우스꽝스러웠고 'geek'스러웠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그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moto 360의 원형 폼팩터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반응한 것이다.
자, 원형 폼팩터. 원형 아이콘.
감이 잡히는가? 그렇다. iPod nano 7th의 원형 아이콘. 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설은 바로 iWatch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하드웨어와 내부 UI 디자인을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하는 애플 입장에서 하드웨어 폼팩터가 원형이 되면 내부 아이콘도 원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위 사진의 moto 360 컨셉 이미지 역시 원형-원형-원형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시각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럽다. 원형 폼팩터 안에 사각형 모양의 아이콘이 자리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불편한 구성이 될 것이다.
- 결국 원형 폼팩터를 가진 iWatch가 출시된다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들.
만약 이후 등장하는 iWatch가 이 가설대로 원형 아이콘에 원형 폼팩터를 가지게 된다면 모든 의문은 해소된다. iPod Nano 7th는 애초에 아버지가 아이폰이 아니었으며 iPod 라인업은 iPod 라인업대로 새로운 아이콘 아이덴티티를 갖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 이를 통해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몇 가지 적어본다.
1. iWatch는 iPod 라인업에 추가될 것.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iWatch 아이콘 디자인이 iPod Nano에 등장했다는 건 iPod Nano에 쓰이는 OS가 그대로 iWatch에도 쓰인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애플은 iWatch를 iPod 제품 라인업으로 바라보고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느냐. 가장 가깝게는 애플 홈페이지에서 iWatch를 찾으려면 'iPod'을 눌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네이밍 원칙에 따라 'iPod Watch'라는 이름이 될 것이란 걸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네이밍의 경우, 요새 iWatch라는 단어가 루머로 돌고 있는 걸 보면 'the new iPad' 때 그랬던 것처럼 보란듯이 네이밍 원칙을 깨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장담하기 어렵다. Jobs가 죽은 뒤, 애플은 변했다.
2. 애플은 최소 2년전부터 iWatch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시계줄 악세서리를 통해 완성되었던 이른바 iPod Nano watch
이런 악세서리가 등장할 즈음부터 이미 애플은 iWatch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고선 iPod nano 7세대같은 폼팩터에 '어디서 입양해왔는지 모를' 느낌을 주는 생뚱맞은 원형 아이콘을 넣어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iPhone에 들어가는 iOS와 iPod에 들어가는 iOS가 애초에 다른 UI 표현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뜻하며 그것이 2년전 출시된 제품에 반영되어 있다면 이미 애플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최소 2년전부터는 '원형 폼팩터를 가진 iWatch'에 대한 염두를 두고 밑그림을 그려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3. 원형 폼팩터를 위한 SDK(Software Development Kit).
그 동안의 스마트 와치들이 네모 위주였던 건 사용성과 관련된 이슈도 있었겠지만 주로 SDK의 영향도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xy좌표계로 정리되는 사각형과 달리 원형 폼팩터는 기존 개발자와 OS 설계자 모두에게 어떤 것을 레퍼런스로 가져야할 지에 대한 굉장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약 원형 폼팩터를 가진 iWatch가 등장한다면, SDK는 '기존 사각형 프레임으로 개발하되, 출력은 원형으로 내보내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moto 360의 경우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중일 것이다. 컨셉 영상을 보면 3개의 사진 전부다 아랫 쪽에 알 수 없는 검은색 부분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검은 부분이 어디에 쓰이는 건지는 아직 모르나, 혹 이러한 면에서 SDK를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4. moto 360 컨셉 영상의 의미
moto 360은 올 여름 출시 예정이라는데 행여나 iWatch가 6월에 깜짝 발표된다면 비슷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미리 컨셉 영상을 내보낸 것은 이러한 애플의 행보를 예측한 누군가가 이 부분을 '선점'하는 의미가 아닐까싶다. 삼성 등 기타 회사가 서둘러서 스마트와치를 발표하는 것처럼. 이건 완전 가설에 가설을 더 한 것이니 그다지 신경 쓸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moto 360에 원형 iOS 7 스타일 아이콘을 입혀본 컨셉 이미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iWatch가 원형 폼팩터를 갖게 된다면, moto 360과 굉장히 유사한 형태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처음 아이폰 등장 이후에 다른 후속 회사들이 그랬듯 애플 역시 버튼 하나로 정리된 원형 폼팩터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moto 360의 컨셉 이미지 선점은 이 점을 노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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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언제나 '나 이것도 할 줄 알아요' 보다는 '정말 의미가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제품을 내놓고자 노력하는 회사이다. 이렇게 iWatch에 대한 가설을 전개하는 밑바닥에는 하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수준으로 완성하기 위해 2,3년에 걸쳐 가다듬어 왔을 것이라는 애플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다. 그리고 얼마 전 팀 쿡(Tim Cook)이 인터뷰에서 '거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라고 받아들일 만한 제품'을 언급했었는데 iWatch는 그 중 가장 유력한 후보인만큼 이제 iWatch의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을 지 모른다는 기대도 해본다.
이것으로 2년 전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을 비로소 마무리한다. 결국에 iWatch가 발표되고 나면 이 글이 그럴싸한 헛소리인지 아닌지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비록 헛소리가 되더라도 여러분이 글을 읽어낸 시간이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부디 모두에게 유익한 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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